탐욕의 현장.

2012. 8. 7. 01:34 from 서울

뒤늦게 쓰려니 감정이 잘 안 살지만 탐욕 오빠를 본 소감을 남기려 합니다. 그래, 나는 7월 27일 탐욕 오빠를 보러 지산으로 향했습니다. 오빠 보러 간다고 내가 난생 처음 레이스 민소매도 입고(무려 민소매!)말야 그랬는데, 지산 가는 길이 진짜 지옥이었다? 주차장 같은 도로가 뭔지 두 번째로 알았어. (첫 번째는 폭설 내린 명절 집에 내려갈 때.. 한 시간 반 거리를 열 세 시간 걸렸떠.) 여튼 그 도로 위에서 나는 아.. 내가 라디오헤드를 보러 가는 게 맞긴 맞구나 확 실감했지. 오빠들은 역시 월드와이드 한 밴드더라.

나는 반 백수. 금요일이라도 평일인데 지들이 어찌 이른 시간에 오겠나 싶어 룰루랄라 좀 여유있게 출발했는데 쏐. 다들 엄청 부지런 합디다. 나는 완전 졌지 뭐야. 역시 부지런 한 게 짱인가 봐.

가서 검정치마 보고, 엘비스 코스텔로 보고, 들국화 보고, 맥주도 마시고 막 그러려고 했는데. 검정치마는 얼굴도 못 봤어. ㅋㅋㅋㅋㅋ

저 밑에 주차를 하고(미끼가) 2.5km를 걸어걸어 티켓 부스에 도착했을 때 이미 검정치마는 앵콜곡을 부르고 있었떠. 그건 그렇고 내가 펜타 지산 통틀어 이렇게 사람 많은 건 처음 봤다? 막 꽉꽉 차서 퇴근 시간 2호선 전동차 안 정도?


의미 없는 사진. 2012 지산.


목이 너무 타서 맥주 한 잔 겨우 들고 메인스테이지로 갔는데, 코스텔로 아저씨가 공연하고 있더라. 나도 그 아저씨 노래 뭐 아는 게 있간디. She 언제 부르나 그러고 있었지. 뭐 결국 부르지는 않았지만(그래서 크립 들으러 온 사람들 저 할아버지는 뭐냐는 둥 막 그러고 있더군) 참 좋더라. 여름, 해질 무렵 듣기 딱 좋았고, 드러머 멋있던데? ㅋㅋㅋㅋ


코스텔로 아저씨 들어가고도 메인 스테이지 앞을 메운 사람들은 라디오헤드 기다리느라 반절은 넘게 움직이지도 않더라. 난 뭐 이미 포기해서 들국화 보러 갔지. 공연 전에 미끼가 나한테 요즘 전인권 아저씨 목소리가 전성기 때보다 더 좋아서 들국화 공연이 최고라는 얘기를 들려줬거든. 그냥 보러 가야겠다,, 정도의 미적미적 걸음으로 그린스테이지로 가는데 갑자기, '그것만이 내 세상'이 들리는 거야. 소름이 쫙. 그때부터 막 뛰었어. 


나 근데 사진을 뭐 이따위로 찍었지;


나는 듣지 못했지만 최성원이 전인권을 소개할 때 '죽음에서 살아돌아 온'이라고 말했대. 머리가 하얗게 샜고, 외쿡 뮤지션 같은 느낌으로 앉아서 노래를 하는데 왠지 그냥 알겠더라. 이 공연 진짜 좋겠다.. 미끼는 막 눈물이 났대. 공연 중간 멘트도 참 좋았는데, 이 아저씨가 그러더라. 

"너네 나이 먹는 거 너무 무서워 하지 마. 먹어보니 별 거 아니더라."

이말 듣는데 울면서 달리고 싶더군.

그리고 다들 공연을 너무 좋아하니까 "고맙다,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도 좋았어. 짠하기도 하고. '행진'(이건 못 들었어), '그것만이 내 세상', '제발', '사노라면', '제주도 푸른 밤', '매일 그대와' 등. 어쩜 이렇게 모르는 노래가 없을까 싶을 정도였는데, 들국화가 이 정도구나 싶어서 막 혼자 뿌듯해 하고 그랬다? 커버 곡도 몇 곡 했는데 목소리 진짜.. 하.. '사노라면' 부를 때는 관객들 다 목놓아 울었다 진짜 깔깔. 

공연이 너무 좋으니까 내 앞에 있던 남자가 앵콜 외치며 흥분해서 "라디오헤드 저리 가라 그래!"라고 했을 정도. (물론 라디오헤드가 급한 사람들은 앵콜이고 뭐고 막 뛰어갔지만.) 들국화는 앵콜 외치고선 금방 나왔는데 전인권이 또 그러는 거야. "원래 더 끌고 나와야 하는데 니들 다 갈까봐. 헤헤." 이 아저씨 원래 이렇게 귀여웠나. 

미끼는 막 난리나고, 내 옆에 있던 별님도 흥분 상태로 날 막 잡고 흔들고. 그 흥분 증폭시키려고 레드불+보드카 사서 마시고 ㅋㅋㅋ


탐욕과 나 사이. 대략 이 정도의 거리, 느낌.

 

라디오헤드를 보러 갔지. 탐욕 오빠. 이 오빠 물갈이 하는 뮤즈처럼 늦지도 않고 말야 칼같이 아홉시 반에 딱 나오더라. 난리 났지. 우리는 좀 늦었지만 미끼가 이끄는 대로 왼쪽 사이드로 헤치며 걸었어. 거기는 좋더라. 여유있고. 탐욕 목소리를 어떻게 다닥다닥 붙어서 들어. 난 그건 진짜 싫었는데 다행이지 뭐야.


근데 이 오빠 나오자 마자 막 춤을 추는 거야. 한번 검색해봐 '톰 요크'. 그러면 '톰 요크 오징어'가 연관 검색어로 떠. ㅋㅋㅋㅋㅋ 무슨 춤을 그렇게 열정적으로 추는지, 웃통도 벗었다? 깜짝 놀랬긔. 또 스크린을 네 분할 해서 얼굴도 잘 안 보여줬어. 난 그래서 그 오빠의 오징어 같은 움직임, 사람 주저앉게 하는 목소리를 가만히 지켜봤지. 떼창 할 만한 곡이 거의 없었는데도 사람들은 잘 놀더라. 애썼어. 그럼 그럼. 오빠를 다시 오게 해야지. 크립 부르게 해얘지. 암. ㅋㅋㅋ


공연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나고, 난 왠지 불안해 져서 녹음을 시작했어. 뭐 것보다는 Karma Police를 부르기 시작하니 이건 녹음이다! 싶었던 건데, 적당한 떼창까지 섞여서 대박 멋진 음원이 되었지 뭐니. ㅎㅎ 여튼 이게 마지막 곡이구나. 싶어 계속 녹음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녹음한 시간이 무려 1시간 10분 -_- 앵콜 나와서 무려 오십분 정도를 더 했다? 그것과 관련한 두 가지 설. (1)한국 관객이 마음에 들었다 (2)옛다 곡 투척하고 다시는 오지 않으려 한다. 뭐 같냐?


이런 말 웃기지만 라디오헤드 들으면서 주저 앉아 보는 게 꿈이었음.


Exit Music을 진짜 좋아했거든. 고등학교 때 책상에 앉아 들으면서 우울우울에 빠져들었지. 라디오헤드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그런 경험 있지 않겠긔. 느네도 그랬지? 갑자기 탐욕 오빠가 그 목소리로 부르는데 주저 앉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아아. 내 녹음 파일 다 들려주고 싶다. 으아. 끝 곡은 뭐였게? Paranoid Android. 그리고 오빠는 갔다. 다른 아티스트들 처럼 다음에 또 올게! 같은 말은 남기지도 않고 사라졌지. 갔다. 갔어. 모두의 한때 학창시절 우울을 지배했던 오빠가 왔다 갔어. 아직도 신기해. 내가 니들 만나자마자 들려줄게에. 쎄울러전이 녹음한 라디오헤드 라이브 실황. 들은 사람 모두가 감탄했다구. 히히. 

우리 같이 모여 크립 라이브 듣는 날이 올까. 그때 두 번 불러줬으면 좋겠다. 한번은 조용히 듣고, 한번은 미친듯 소리지르며 떼창하게. 생각만 해도. 아아. 하이 앤 드라이도 불러주고 말입니다.

이상 탐욕의 현장이었음. 

+ 그건 그렇고, 탐욕 오빠 많이 늙었더라. 초록색 티 쪼가리 어울릴 나이가 아니야 이제;



이봐 이봐. 노는 사람 봐. 우리 재작년에 이 풀밭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버티던 기억 나냐? 죵니 추웠지.


셋이서 치킨 두 마리. 욕심이었지. 인정한다. 결국 한 마리는 거의 그대로 들고 왔다능~


이 허연 밀가루떡 다리의 주인공은 누구? ㅋㅋ


안뇽.

+

나도 못본 2012 지산 이야기


1. 야 아울시티가 한국 빠돌이 되어 돌아갔대.

2. 스톤로지즈 공연할 때 리암 갤러거가 객석에서 신나게 놀았대.

다들 하는 얘기가 '저 술취한 외국 아저씨 뭐야!' 싶어서 봤더니 리암이더라는.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어떤 계탄 녀성에게는 뽀뽀를 했......

아오 나 왜 안 갔지 일요일에...................... 그래도 난 탐욕 오빠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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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와 아틀라스 산들.

2012. 8. 6. 15:04 from 런던



사이트보다 사진이 하도웃겨서 보게된 루저이모션 하찮음에 잉어력폭발 프렌치인디밴드. Francois and The Atlas Mountain.(프랑코와 아틀라스 산맥?) 리더 Francois(가운데)가 영국을 좋아해서 영국에 머물르며 활동을 한듯. 프렌치라 말을 못알아듣겠는데 인터뷰도 하고 뮤비그림도 그리고 이것저것 많이 뭐 많이 하는 리더. 


뮤직비디오도 참,




FRÀNÇOIS & THE ATLAS MOUNTAINS "Les Plus Beaux" by domino





난 개인적으로 이거 숲에서 두들기면서 노래 하는게 좋더라. 


더많은 산맥튠은 여기로 슝 www.francoisandtheatlasmounta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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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어드벤쳐.

2012. 8. 2. 17:21 from 런던

여기는 한창 올림픽이 진행중. 이곳저곳 사람도 많고 약간 들뜬 분위기의 기운이 느껴지지만 올림픽이고 뭐고 날씨는 아주 영국답게 계속 비입니다. (라고 처음에 글을쓰고 저장하려니 다시 해가 쨍) 그나저나 나또한 올림픽이고뭐고 한국에서 부친 택배찾기 모험길에 있습니다. 지난 몇번의 삽질을 교훈으로 이나라의 모든 우편시스템이용은 피하려고 했는데 어쩔수없이 다시 한번 시도했으나 또한번 낭패! 한국에서 약 3주전에 부친 짐이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습니다. 


올림픽기간때문인지 엄마가 넣은 미숫가루가 마약으로 분류됐는지 공항에서 3-4일 수색을 당한 후 겨우 런던으로 들어왔는가 싶었는데... 요금이 있다며 기다리라는 통지. 3일 후 날라온 약 8만원의 세금딱지. 미친듯이 1차분노하며 '이의있으면 여기로가서 찾아보고 항의해'사이트로 가서 조항을 읽어보니 스압대박. 그리고 매문장 마지막에 붙은 '모든것은 각상황에 따라 달려있다'... 항의하느라 시간이 더 걸리고 계속 어딘가로 떠돌거같아 그냥 눈물머금고 세금결재. 현재 우리집은 택배를 받아두는 곳이 없어서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이것이 문제)에 학교에 갔다가 돌아오니 12시35분에 왔다가 갔다고. 그래도 하는 마음(그럼 그래도 했어야지)에 오후까지 기다려보려고 집부엌에 앉아 기다림. 5시15분까지 깨어있다 잠시 잠들었다깨서 택배조회를 하니 5시43분에 다녀갔다며. 계단을 뛰어 내려가니 직접찾으러 오거나 다시 배달신청하라는 쪽지를 던져놓고 가버렸습니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재배달신청하려니 알아서 스케줄을 잡아서 내일 가져다 주겠다고. 오. 나는 그냥 내일은 하루종일 집에서 택배님을 기다리기로 맘먹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6시 40분 다른사람이 씻는소리에 깼다가 잠시 잠들었다 깨니 7시반. 그리고 으레 하루일과처럼 택배를 조회하니 6시 57분에 다녀갔다는 기록(이들이 이렇게 일찍 일을시작할리가 없는데)....... 옆방친구에게 누가오지 않았었냐고 물으니 아무소리도 못들었다고. 나는 또한번 계단을 뛰쳐내려가 벨을 눌러보며 벨이 고장난것이 아닌가 점검..... 얘네들이 귀찮으면 벨도 안누르고 그냥 맘대로 가버리는데 아마그런듯. 미친듯이 2차분노하며 항의메일 발송. 그리고 날라온 당장은 답변이 안되니 좀 기다리고 있으라는 자동답변메일...


오늘 아침일어나 다시 조회해 보니 결국 창고로 돌아가 있는 택배. 그냥 찾으러 가려고 하니 엄마가 이동이 불가능할거라고 합니다. 그래도 그냥 찾는게 나을거 같아서 칮으러 가겠다고 신청을 하려니 오늘은 안되고 또 내일부터 된다고. 그냥 다 내려놓고 내일 캐리어를 끌고가서 찾아오려고 합니다. 팔이 빠지겠지만 차라리 몸이 좀 피곤하게 나은길로 선택합니다.  


전에도 몇번 재배달 신청을 하고 놓치고를 반복하며 분노게이지가 폭발하려했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욕을 하며 올라오는 흑형배달부아저씨를 맞이하면 그냥 땡큐떙큐만 할뿐. 또 최근에는 싸다고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주문했다가 고장난 물건을 받았습니다. 분노하며 메일보내니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그리곤 미안하다며 새물건을 보내준다고. 그러나 새물건이 도착했을때 사인을 해줄사람이 없다며 또다시 돌아가서 어딘가 지점에 맞겨두었는데 그곳이 아침 7시부터 오전12시가지만 문을 연다고 하는게 아닌가. 새벽에 일어나 세수하고 달려나가 문열때까지 기다리다가 받아서 학교에 가니... 이례적으로 수업시간 한시간을 일찍가버려서 난생 처음 아침에 커피숍이란데 들어가서 느긋하게?커피를 마심.(아마 이때 처음으로 전민진이랑 라인으로 모닝토크한듯) 



아 이런 택배기행 어드벤쳐여. 내일 어떤 돌덩어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부디 캐리어가 찢어지면 안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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