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킴 한달 근황

2012. 9. 19. 02:43 from 뉴욕

지난 한달 뭐해쳐먹고 놀았는지 알려주겠어. 난 너무 멋진 여자니깐 너희는 이런게 궁금할거야.


1. 나성요양원 방문

미국 나성에 위치한 요양원은 참말로 좋은 곳입니다. 날씨도 좋고 사람도 좋고 풍경도 좋습니다. 심신이 지쳐 너덜너덜해졌을 때 방문하곤 합니다. 종일 한군 옆에서 징징거리고 괴롭히다가 밥을 주면 입을 다물고 동네 마실을 가거나 금성을 볼 수 있는 천문대를 가거나 합니다. 나성은 참말로 천천히 가는 곳입니다. 동네 수퍼 걸어가거나 다방 한번 댕기오는데도 20분이 소요되지만, 괜찮아 막 관광객한테 똥 맞고 뺨 맞는 뉴욕보다 백만배쯤 괜찮아.


2. 동생 방문

내가 사랑하는 동생님하가 행차하시어 저를 몹시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아이는 나보다 4년내지 5년 어린데도 불구하고 체력이 거의 에베레스트 정상의 산소량 만치 희박하여 맨날 징징. 뉴욕 관광의 핵심은 토할때까지 걷는거거든? 11월에 방문하실 분, 체력 키우고 와. 암튼 이 아이 보좌하느라 대충 뉴욕 관광의 핵심은 익혔음. 심지어 보스톤도 다녀옴. 가이드 해줄 수 있음. 암튼, 눙물을 삼키며 메요니를 보내주고 쓸쓸함에 젖을 것 같았지만 그럴새도 없이 개 투더 강.


3. 헬게이트 열림

개강했어. 오늘로 3주째 시작.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만 그럴 새가 없다 ㅋㅋㅋㅋ 한글로 읽어도 다 못읽을 양을 숙제랍시고 던져주고 맨날 토론하쟤. 아주 그냥 입만 살았어들. 대학때 다섯 과목 들으면 한학기 탱자탱자 다니는 것였는데, 다섯과목 들으면서 아주 피똥 사는 중. 심지어 아직 두과목은 시작도 안했어.


4. 우리집 건널목 경찰아저씨의 사랑고백

우리집 근처에는 강변북로같은 크다란 길이 있고, 이유는 모르지만 24시간 항시 경찰이 있어. 나는 매일 거의 일정한 시간대에 그 길을 건너서 집에 돌아오는데 그제 거기서 뺑이치던 경찰의 사랑 고백을 받았네. 매일 다니는 곳이니까 자주 마주쳤고, 언제 한번은 내가 뭘 물어보기도 했고 가끔 둘이 인사를 하기도 했어. 그런데 그제 급집적거림! 나는 다음주부터 근무지가 바뀌어서 못보게 될거야. 너랑 나누는 이야기들이 즐거웠어. 내일 같이 저녁 먹을래? 

알아, 나도 내가 괜찮은 여자라는거. 짜식.

"미안하지만 나 남자 친구 있어. 그동안 대화 즐거웠어. 행운을 빌게" 라고 간단히 말하고 집으로 뛰어왔어. 나는 쉬가 너무 마려웠으니까. 대화를 단절하려면 저렇게 말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잖아!


5. 얘두라

(이영자 목소리) 언니 여차하면 집에 돌아갈겨. 그니께니 후딱들 와서 놀다가. 우리 인생에 언제 뉴욕에서 만나 놀겄니. 아니 그려? 여행가서 찍은 사진이랑 이것저것은 차후에 올리게쎠. 스릉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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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운동 승마 한국.

2012. 8. 25. 20:58 from 런던

몇일전에 집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완전 빵터지는 얘기를 들어서 여기에 써야겠어. 라디오는 자세히 무슨 프로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끌시끌한게 한국 컬투같은 분위기의 프로그램이었어. 디제이의 그날 시작멘트가 '올림픽기간에 다들 운동한다고 난리였었지 자 이제 올림픽 끝났으니 이제 딱 때려칠 시기지요' 하면서, 근데 그거아니 한국인들은 티비를 보면서 승마를 한데 정말 대단하지 이러는 거야. 믿겨지지 않니 사실이라니까 하면서 한국홈쇼핑 승마운동기구 광고를 트는거야.

 

대략 멘트는 '자 티비를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간편한 운동 다이어트 및 피로회복에도 좋은..... ' 이런 내용이었는데 디제이는 신기하다면 몇번을 반복해서 틀더라고. 나중에 아저씨가 나와서 '하하하 이렇게 쉽고 간편하게 운동을 즐길 수 있다니...' 하는 운동 후기 부분을 하하하 하면서 계속 따라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집에서 혼자 막 웃었지. 영국애들도 참 이런거 어디서 찾아가지고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분이 홈쇼핑 좋아하던 디제이아저씨.


너희들도 다들 운동 하고 있니?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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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나.

2012. 8. 22. 01:22 from 서울



오해가 오해를 낳는 상황을 정리하고,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아주 사소한 것에도 복잡해지는 사람 간의 감정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계속 그렇게 살아야 겠지 생각하면 답답합니다. 특히, 이런 일이 앞으로 또 벌어질 거라는 의심의 여지도 없는 추측은 날 더 착찹하게 합니다. 그렇다고 적당히 덮으며 사는 건 또 싫습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나요?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만큼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사람한테 에너지를 쓰는 양이 많다고 말했는데, 그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근데 참 웃긴 건, 그만큼 겪어야 할 오해와 다툼이 많기도 하다는 거죠. 물론 좋아하는 마음 자체를 좋아하니 내 스스로 얻는 게 더 많다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요. 


힘들지 않은 오해와 다툼이라는 건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얼마나 용기를 내야 하는지 모릅니다. 욱하는 성질, 고집, 직선적인 말투 뒤에는 두려움도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습니다. 상황은 잘 정리되었습니다. 다만 그 상황을 정리할 때 남은 흥분과 오묘한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마음이 아닙니다. 이런 일이 생겼다는 자체, 앞으로도 누군가와 이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것, 오해라는 건 갑자기 찾아오는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것. 그게 문제입니다. 우리는 누구도 단순하지 않습니다. 조금 단순해지려 해도 일련의 사건을 통해 다시 복잡함으로 되돌아 갑니다.


좀 자야겠습니다. 오늘의 나를 벗어나는 데는 자는 게 최고니까요. 내일의 나도 물론 오늘의 나겠지만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조금은 잊을 겁니다. 별 일 아닙니다. 그냥 쓰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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