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다

2013. 7. 8. 02:10 from 서울

비가 오는데 엄청 내리다 말다 해. 집에는 샤이니 노래가 대여섯 시간 째 흘러나오고 있고. 비는 왜 오다가 말까. 천둥번개는 왜 치다가 말까. 그래 말아야지. 계속 그러면 안 되긴 하지. 근데 좀 부족해. 학교 다닐 때 밖에 천둥번개 치고 비 막 오고 그런 거 좀 좋아했다? 뭔가 이벤트 같았어. 어릴 때 보면 센스 있는 선생님은 그럴 때 무서운 얘기도 해주고, 하다못해 수업 흐름을 잠시 끊고 감탄사라도 하고 그랬는데, 왜 학년 높아질수록 그런 것도 없어. 자꾸 빡빡해지는 거야. 일할 때는 더 해. 궂은 날씨 때문에 네트워크 문제라도 생기면 어찌나 짜증이 나니. 시원하게 정전이라도 나던가 정전도 안 나. 꾸역꾸역 맡은 일은 다 해야 해. 인생은 그렇게 점점 빡빡해지더라. 


쉴거야. 폭우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면, 폭설이 내리고 한파가 심하면. 폭설에 다 같이 모여 무서운 얘기 하자. 요리는 내가 한다. 니들에게 맡길 수는 없지. 퀸즈킴은 설거지와 귤 사기, 로얄전은 케이크를 사오고 전구를 단다.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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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야

2013. 7. 6. 16:11 from 뉴욕

밤이 무서운지 한참 되었어. 눈을 감으면 선명해지는 공포.

늘 이렇게 밤이 되면, 내일 마주칠 일상을 두려워하느라 해가 뜰 때까지 불안해 해. 그러다 해가 뜨면, 아아 날이 와버렸네. 도망가고 싶어져서 잠들어. 잠들기 직전까지는 햄릿을 찍지.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죽고 싶어요. 죽여주세요. 저 좀 죽게 해주세요. 빌고 빌어. 

오늘 밤도 그런 밤이야. 하지만 걱정마. 난 이타적이라서 가족 걱정 하느라 죽을 용기를 못낸단다. 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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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왔어

2013. 7. 5. 07:21 from 뉴욕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 여행이라는 말 보다는 도망이 더 어울리긴 하지만. 이 떠남은 완벽하게 현실에서 도피하는 게 유일한 목적이었어. 일상의 삶이 자꾸 나를 위협해 오는 것 같았기에 나는 일단 그 순간 괴롭고 싶지 않아서, 내가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이 도망을 감행했지. 그 곳에서 내가 본 것들.


현실도피를 선택하고 마는 나약한 내 자신을 향한 실망.

내가 저지른 비도덕적인 선택에 대한 수치심.

나는 역시 바보처럼 살고 있구나. 여기서 벗어날 수 없을거야. 단정 지으며 절망.

사는 걸 내 뜻대로 하려는건 대단한 오만이야. 그렇게 안되거든.

삶을 손에 쥐고 흔드려 했던 모든 욕심들이 의미가 없더라.

내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줬어. 평생 죄스러울거야.

이 여행의 끝 무렵, 문득 일상의 부재로 이 여행을 불안해 하는 내가 보였어.

여행은 여행이니까, 늘 나는 돌아갈 곳을 생각하고 있었어.


나는 다시 위협적인 일상에 혼자야. 여전히 고단하고 외롭지만, 아주 조금 편안해 졌어. 혼자 도도하고 잘난 척 하고 싶었던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비로소 부정할 수 없이 더러워진 것 같아. 그런거 있잖아. 하얀 옷을 더럽히지 않으려고 애쓰던 삶. 그런데 지워지지도 않는 얼룩이 져버린 순간 이후로, 차라리 마음이 편해진 거야. 그 잘난 자존심 버리고 왔어. 돌아온 탕아를 따뜻하게 맞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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