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데 엄청 내리다 말다 해. 집에는 샤이니 노래가 대여섯 시간 째 흘러나오고 있고. 비는 왜 오다가 말까. 천둥번개는 왜 치다가 말까. 그래 말아야지. 계속 그러면 안 되긴 하지. 근데 좀 부족해. 학교 다닐 때 밖에 천둥번개 치고 비 막 오고 그런 거 좀 좋아했다? 뭔가 이벤트 같았어. 어릴 때 보면 센스 있는 선생님은 그럴 때 무서운 얘기도 해주고, 하다못해 수업 흐름을 잠시 끊고 감탄사라도 하고 그랬는데, 왜 학년 높아질수록 그런 것도 없어. 자꾸 빡빡해지는 거야. 일할 때는 더 해. 궂은 날씨 때문에 네트워크 문제라도 생기면 어찌나 짜증이 나니. 시원하게 정전이라도 나던가 정전도 안 나. 꾸역꾸역 맡은 일은 다 해야 해. 인생은 그렇게 점점 빡빡해지더라.
쉴거야. 폭우가 내리고, 천둥번개가 심하게 치면, 폭설이 내리고 한파가 심하면. 폭설에 다 같이 모여 무서운 얘기 하자. 요리는 내가 한다. 니들에게 맡길 수는 없지. 퀸즈킴은 설거지와 귤 사기, 로얄전은 케이크를 사오고 전구를 단다.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