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서른의 세울러는 지난 밤을 꼴딱 샜단다. 펜노가다. 간만에 극한을 체험했어. 잠깐 자고 나와 급한 일을 처리하고는 대낮부터 김치 삼겹살 먹었다? 지금은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노곤노곤 앚아 있다네. 요즘 일도 외로움도 불꽃처럼 터진다 베이비. 뭔가 할말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 말들은 알고보면 다 말할 수 없는 말이네.
그나저나 아까 삼겹살 먹고 들어오다 사무실 앞 작은 화단에서 나뭇잎을 이불삼아 졸고 있는 고양이랑 마주쳤어.(키작은 나뭇잎에 푹 몸을 숨기고 얼굴만 내밀고 있더라. 이불을 덮었다는 표현이 정확해 ㅋㅋ 점박이 고양이였음) 보통은 벌떡 일어나서 도망가잖아. 근데 얘는 너무 잠에 취해서 겨우겨우 게슴츠레 눈을 뜨더라. 간만에 엄청 귀여운 고양이였음. 나도 좀만 이러고 느긋느긋 있다가 들어가 잠자야지.
사진은 2013년 여름, 지산 마지막 밤에 찍은 거야. 머리 위로 불꽃이 터졌는데 아름답더라. 1Q84, 1984. 두 개의 달이 떴네. 서른이구나. 이제 적응이 되려고 하는데, 가을이네. 이렇게 다음 해 오겠지. 낮에도 바람이 차. 일이주만 있으면 자켓을 꺼내 입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