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 베이비

2013. 9. 4. 17:31 from 서울




무식한 서른의 세울러는 지난 밤을 꼴딱 샜단다. 펜노가다. 간만에 극한을 체험했어. 잠깐 자고 나와 급한 일을 처리하고는 대낮부터 김치 삼겹살 먹었다? 지금은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 노곤노곤 앚아 있다네. 요즘 일도 외로움도 불꽃처럼 터진다 베이비. 뭔가 할말이 많은 것 같았는데 그 말들은 알고보면 다 말할 수 없는 말이네. 

그나저나 아까 삼겹살 먹고 들어오다 사무실 앞 작은 화단에서 나뭇잎을 이불삼아 졸고 있는 고양이랑 마주쳤어.(키작은 나뭇잎에 푹 몸을 숨기고 얼굴만 내밀고 있더라. 이불을 덮었다는 표현이 정확해 ㅋㅋ 점박이 고양이였음) 보통은 벌떡 일어나서 도망가잖아. 근데 얘는 너무 잠에 취해서 겨우겨우 게슴츠레 눈을 뜨더라. 간만에 엄청 귀여운 고양이였음. 나도 좀만 이러고 느긋느긋 있다가 들어가 잠자야지.

사진은 2013년 여름, 지산 마지막 밤에 찍은 거야. 머리 위로 불꽃이 터졌는데 아름답더라. 1Q84, 1984. 두 개의 달이 떴네. 서른이구나. 이제 적응이 되려고 하는데, 가을이네. 이렇게 다음 해 오겠지. 낮에도 바람이 차. 일이주만 있으면 자켓을 꺼내 입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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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1: 한밤의 대화

2013. 8. 20. 05:49 from 뉴욕



요즘 외로움과 지긋지긋한 연애 얘기로 매일 불타오르는 서울-뉴욕 대화방.

어제 사과양을 열받게 했던 장본인은 정호승 시인.

야 이 시큼하고 무식한 삼십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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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는 연습

2013. 7. 25. 06:03 from 뉴욕


안녕 얘들아.


요즘 나는 사는 연습을 하고 있어.

일상의 수면이 찰랑거릴 때 내 우울증은 금세 모습을 드러내. 숨겼다고 하지만 부력이 큰 나의 우울증은 애써 무겁게 누르지 않으면 어느 새 수면 위로 올라와 일상의 파도가 되어버려. 


그냥, 자꾸 우울증이 도진다는 말이야. 


문득, 우울한 채 사는게 물리적으로 너무 지치더라.  늙다 늙다 늙다 못해 우울한 게 피곤한 늙음이야. 그래서 좀 덜 피곤하려고 덜 우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냥 사는 연습이라고 해.


초등학교 처음 가는 아이처럼,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정해진 일들을 하려고 노력해. 몸을 움직이는 일들은 대부분 무리 없이 해가고 있고, 다만 내 생각이 필요한 공부나 고민 같은 걸 하는 게 아직도 어려워. 하지만 시간을 엄한 선생님 삼아서 필요한 생각과 고민에만 집중하려고 해. 


그렇게 일어나고 밥먹고 운동하고 씻고 학교가고 숙제하고 집에가서 밥하고 티비보고 그래. 물론 아직도 내 몸과 정신이 묶일 곳 없는 밤이 되면 고통스러워. 그럴때는 너희에게 말을 걸어. 정말 초등학교 아이처럼, 낮의 피로가 몰려와 푹 잠들 수 있으면 좋겠다. 


시간표에 맞추어 걷는 순간 순간에도 늘 불안은 엄습해. 하지만, 그냥 살려고 해. 불안하면 결국 죽어야 하니까. 


어제 룸메이트 언니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어.

"이 도시에서는 오래 못살아. 다들 정신이 이상해지잖아."


떠나는 날까지 나는 최대한 온전하고 싶어. 

불안의 도시에서 나는, 불안을 모른척 그냥 사는 연습을 하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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